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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ent Led Conferences 를 대하는 나의 자세

 

대부분의 학교들은 매년 두 번의 Conferences가 있습니다.  

한국의 학부모 상담과 참관수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1학기때는 선생님과 일대일로 만나서 아이의 학업과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Conference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2학기는 아이가 주도하는 Student Led Conferences가 진행됩니다. 

 

What is Student Led Conferenced

초등학교 때 참관수업이 있잖아요. 그것을 학생들이 주도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정리해서 부모에게 직접 알려주고 그것을 함께해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 형태는 프레젠테이션이 될 수도 있고, 작은 실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이과정을 통하면서 자신의 학업적인 강점과 약점, 소셜적인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자아성찰을 하는 시간도 가집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부모에게 전달합니다. 

아이는 이과정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감과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들이 학습을 하는 모습을 학무보가 교실에 가서 보는 한국의 풍경과는 다른 시간입니다. 

 

얼마나 잘했는지 한번 보자! 

Conferences를 보러 갈 때 어떤 마음으로 가세요?

각양각색의 마음을 가지고 학교로 향하지만, 그 마음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내 아이가 잘했으면 좋겠다" 일 것입니다. 

대다수의 한국부모는 결과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합니다. 

지금 저의 아기가 다니는 학교는 IB교육과정이라 교과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SLC (Student Led Conference) 날이 돼야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걸 배웠고,

얼마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작성한 시트를 샅샅이 훑어보면서 마음속으로 혹은 입 밖으로 한 마디씩 합니다. 

"너 여기 뭐라고 쓴거야?" "글씨가 좀 이쁘게 쓸 수 없니?" "너 여기 스펠링 틀렸어!!" 

잔소리 폭발의 순간입니다. 정말 순간적으로 뚜껑 열린다는 분도 계십니다. 

네 맘 내 맘이기에 다 이해합니다. 

너무 잘한 부분도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1년짜리 종합 성적표를 보고 있으면 왜 잘 못하고 부족한 것만 보일까요?

제가 작년에 Conferences 끝나고 후회한 게 있었어요.

나는 왜 아이에게 이렇게 인색한가!

나는 왜 외국 엄마들처럼 아이의 결과물에 환호하지 못할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가봤습니다. 

그 어떤 결과물에도 환희와 찬사를 담아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자. 

 

 

나는 너의 모든것에 환호하고 찬사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어. 

교실에 들어가기전 혼자 여러 감탄사를 속으로 연습했습니다. 

이것도 자주해야지 입 밖으로 나오지 막상 하려고 하면 "오~"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You're amazing!!" "Wow~ Awesome!!" 외국어머님들이 자주 하던 감탄사를 저도 한번 연습해 봅니다. 

'나는 너가 무엇을 준비했던지 너에게 찬사를 보낼 거야! 얼마나 멋진 걸 준비해 놨을까?'

하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마음이 편안하면 그곳이 천국이라고 했던가요? 

정말 신기하게 아이의 모든 학습결과물이 기특하고 대견하게 보입니다. 

1학기때 쓴 글로 최근에 쓴 글을 보면 아이가 발전한 모습이 보입니다. 

1학기때 틀렸던 스펠링이 2학기때는 고쳐져 있더라고요. 

분명 작년에도 그랬겠죠? 그때는 틀린 것만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마음하나 봐꿨을 뿐인데, 아이가 잘한 것만 보입니다. 

틀리고 어설픈 것들이 귀여워 보이더라고요.

'네가 이런 게 약하구나'라고 생각하며 챙겨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스스로 대해서 쓴 시트를 읽어봤더니, 제가 걱정한 부분이 본인의 약점으로 적혀있더라고요.

그리고 My Goal에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적혀있었습니다. 

많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다 알고 있어요. 본인에 대해서.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어요. 

 

 

너에 대한 상담은 너에게

집에 돌아와서 아이가 작성 시트를 보면서 둘이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본인이 약한 과목과 강한 과목을 구분하고 힘든 부분을 찾아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수학에서 어떤 파트가 힘든지, 지금 배우고 있는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뭔지, 엄마가 무엇을 도와줬으면 좋겠는지.

너무 재밌었던 건 꼬맹이라고 생각했던 이 녀석의 머릿속에 다 계획이 있다는 거예요. 

막연히 열심히 해야지가 아닌 정말 계획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아침에 학교를 보내고 혼자 텅 빈 집에서 아이의 학업 스케줄을 짜고, 아이에게 통보하듯이 설명했어요. 

저는 이 아이의 자율성과 의지를 싹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하려고 했던 거예요.  

세상에서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인 나뿐이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제 마음대로 했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걸. 

그건 아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이번 Coferences를 계기로 다시 한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그 진리를 깨닭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아이의 계획을 짤 때는 항상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고맙다는 아이의 말 한마디가 제 마음을 찡하게 울렸습니다. 

낯 간지러운 말이지만 용기내서 아이에게 제 마음을 전해봤습니다. 

"엄마가 마음대로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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